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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였던 내가, 부산타워에서 음료를 만들기까지

부산타워에서 일한지 2주가 지났다.
부산타워 안에는 여러 가지 업무가 있는데, 그 중에 나는 음료를 제조하거나 디저트를 만드는 작업을 맡고 있다. 카페만큼 레시피가 복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지도 않은, 나한테는 딱 좋은 난이도의 업무다. 예전에도 카페에서 몇 군데 일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레시피 외우는 데만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야 했었다. 같이 일하는 직원분들이나 알바생들 대부분이 좋은 사람들이라, 일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게 제일 큰 메리트인 것 같다.

매일 아침 청소를 하려고 3층에 올라가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경치가 정말 좋다. 날씨 좋은 날엔 바다와 이순신 장군 동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출근하면서 이 풍경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꽤 괜찮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8시간을 하루종일 서있어야 해서, 스트레칭도 자주 해줘야 하고 다리도 꽤 뻐근하다. 대신 하체운동이 따로 되는 느낌이라 이건 나름 장점으로 치고 있다.

여기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 하나는, 부산에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거다. 체감상 손님층은 이 정도다.
- 중국인 3 : 한국인 3 : 일본인 2 : 그외 2
중국인 손님은 보통 영어나 중국어로 말을 거는데, 나는 중국어를 전혀 못해서 주문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은 기초적인 영어로 응대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안 통할 때가 있다. 한번은 분명히 “I can’t speak Chinese”라고 대답했는데도 계속 중국어로만 말씀하셔서, 결국 중국어 잘하는 직원분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겨우 응대했던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틈날 때마다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일본인 손님은 대부분 영어로 주문하는데, 발음이 일본식으로 들려서 바로 캐치하고 내가 일본어로 응대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직원분이 일본어 지원을 요청하는 일도 가끔 있다.
영어권 손님은 그냥 영어로 응대하고 있다. 영어는 아직 부족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쨋든 이렇게 여러 언어를 써보면서 외국어 말하기·듣기 실력이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돌아보면, 일본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비즈니스 일본어로 회의하고, 그 외엔 묵묵히 일만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사회성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기는 서비스직이고, 주위 직원분들이 밝고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쳐서, 그 영향을 받아 사회성이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 든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지금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부산타워에서 일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거의 없고, 이렇게 일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야근이 없으니 내 시간도 확실히 많이 확보돼서, 이렇게 블로그 글도 쓰고 있다. 평일엔 일 마치고 씻고 밥 먹고 좀 쉬다가, 청년들이 무료로 쓸 수 있는 공간에 가서 개발이랑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출발인 것 같다.
보너스: 퇴근길에 찍은 부산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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